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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투기의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 홍장표

등록 2020-08-17 17:03수정 2020-08-18 11:49

홍장표ㅣ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집값은 안 떨어질 겁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당의 한 국회의원이 100분 토론이 끝날 무렵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무심코 한 말이다. 이 멘트로 진심이 드러났다고 ‘99분의 거짓, 1분의 진실’로 희화화되어 떠돌았다. 사람들 맘속에 부동산 불패의 믿음이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 집을 사는 건 곧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거다. 이런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면 어느 누구도 투기의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두 달 새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쏟아졌다. 6·17대책과 7·10대책으로 법인과 다주택자에게 세금이 중과되고,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 3법이 개정되었다. 8·4공급대책에서는 서울 도심 공공부지와 재건축 예정지에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계획도 나왔다. 수요와 공급을 망라한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1가구 1주택 시대로 향하는 부동산 패러다임의 담대한 전환을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틈이 더 벌어졌다. 주말마다 고강도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항의하는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임대사업자들을 투기의 주범으로 몰고 징벌적 세금을 물린다고 항변한다.

부동산 세금폭탄이 터졌다고? 7·10대책에서 올린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는 단기 투기성 거래자와 다주택자가 대상이다. 그런데 투기세력을 세금으로 응징하는 것이 정책 목표일 수는 없다. 부자 증세로 재정적자를 메우겠다는 것도 더욱 아니다. 부동산 투기의 기대수익을 낮추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취지다. 다주택자들에게 보유세와 양도세가 부과되는 내년 6월 이전에 집을 팔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사는 집 말고는 팔았으면 좋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아주 강렬하게 보낸 것이다.

임대사업자를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아 단죄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임대차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정부의 임대사업 활성화 대책을 따랐던 사람들이다. 다만 인센티브로 제공한 세금 혜택이 과도해 집을 계속 사들이게 하는 부작용이 심해 정책 수정이 불가피했다. 물론 혼선의 책임이 정부에 있으니, 혜택을 주기로 한 약속은 지키는 것이 옳다.

언론이 비정상적인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설명은 빼고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하는 정책 실패라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건 문제다. 하지만 그간 소통 노력이 부족했던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시장 참여자들이 대책의 의도나 합리성을 의심하는 경우 기대한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거래세도 올린 이유를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투기과열로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조가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임대차 3법이 2년마다 이사 가야 하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0만이 넘는 가구가 집주인이면서 세입자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집이 있어도 직장이나 교육 때문에 남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전월세 논쟁을 촉발한 윤희숙 의원 역시 세입자이자 집주인이다. 우리는 지금 집주인이나 그 가족들도 언제든지 임차인이 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임대차 3법 개정은 우리 모두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다.

8·4공급대책에서는 청년세대와 장년세대, 중산층과 서민들이 함께 사는 주거 공동체 비전을 담고 있다. 그런데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철회하라고 거리로 나선다니 걱정이다. 지역 주민들이 집값 때문에 타인과 함께 살기를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함께 사는 사회는 안전하지만, 따돌리고 배척하는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 밤길 다니기 어려운 사회가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엄습한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파괴할 투기의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런 맘속 욕망이 통제받지 않고 분출되면 재앙이 찾아온다. 우리 안의 욕망이 제어되고 통제될 때 더불어 사는 사회로 가는 길이 열린다. 다 함께 사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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