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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검찰의 ‘개와 늑대의 시간’ 끝내기 / 손원제

등록 2020-08-27 17:31수정 2020-08-28 02:40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윤석열 검찰’은 늑대인가, 개인가? 최근 여당의 한 최고위원 후보가 촉발한 논란을 살피다가 문득 든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지난 16일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대통령에 의해 임명받은 (검찰)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이기려고 하고 있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개’에 비유했다. 보수 야당·언론은 일제히 때리기에 나섰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17일 “문재인 정권이 집요하게 추진한 검찰개혁이란 권력에 복종하는 충견을 만드는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 정권의 전체주의적 사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중앙일보>는 “검사들은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원욱 의원이 선출권력을 주인에 견준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국가권력의 유일한 주인은 국민이며, 정권은 대리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개’ 또한 적확한 비유는 아니라고 본다. ‘개’는 정권 입맛대로 검찰이 움직이던 시절에 어울렸던 메타포다. 검찰 스스로가 “우리는 개다. (정권이)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는 유명한 자백을 토로한 게 25년 전이다.

물론 레임덕에 접어들어 정권의 힘이 빠지면, 검찰이 정권을 물어뜯는 일은 종종 벌어졌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을 이런 틀에 넣기는 어렵다. 윤 총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국회의 검증이라는 정치 과정 전반을 무력화했다. 더구나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도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음으로써, 검찰권에 대한 어떤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뜻 또한 분명히 한 바 있다.

통제도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을 ‘개’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보다는 ‘늑대’가 더 어울리는 비유일 것이다. 개는 주인과 관계 맺고 길들여진 반면, 늑대는 사람의 틈입을 거부하고 맞선다.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철저한 서열구조로 움직이는 무리동물이라는 특성 또한 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찰의 수직적 위계구조와 통한다.

개와 늑대의 메타포가 가리키는 핵심 개념은 물론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그 효과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수사에 대한 직접 개입을 스스로 차단했다. 검찰도 개입을 수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렇게 독립성을 확보한 검찰이 자신의 권능을 자의적으로 전력을 다해 휘둘렀다는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결과 앞에 한국 사회는 소스라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컨대, 검찰은 11시간 동안 현직 법무부 장관의 집을 탈탈 털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도 없이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를 이어갔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에는 직접적 혐의나 증거 제시 없이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35번 집어넣었다. 그럼으로써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예단을 곳곳에 심었다. 반면, 윤 총장 최측근의 검·언 유착 의혹을 풀기 위한 수사엔 몇겹의 두꺼운 방어막을 쳤다.

지난 1년여 검찰의 행태가 알려준 교훈이 작지 않다. 가장 뼈저린 대목은 이런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통제받지 않고 조직 이해를 중심으로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검찰을 정권의 ‘개’로 부려서도 안 되지만,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 ‘늑대’로 버려둬서도 안 된다는 각성이다.

가장 좋은 대안은 주권자인 국민의 ‘감시견’(워치독)으로 검찰을 탈바꿈시키는 일일 것이다. 국민의 편에서 정권의 잘못까지 감시할 만큼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민주적 통제와 견제 시스템을 갖춰 자의적 권력 남용은 확실하게 차단하는 모델이다.

다시 메타포를 빌려오면, 검찰은 지금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인사와 직제 개편 등으로 늑대의 으르렁거림은 잠시 가라앉혔다. 하지만 검찰권의 분산과 축소, 통제·견제 장치의 구성 같은 제도적 과제는 여전히 미완이다. 오히려 여당과 국정 지지율이 흔들리며 공수처 출범 등을 위한 개혁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은 기어를 바꿀 때가 아니다. 단호한 걸음으로 이 어스름의 시간대를 벗어나야 한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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