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민심이 분노했다. 엘에이치 직원들의 내부망에 올라온 “우리도 부동산 투자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라는 글에 더욱 분노했다. 언제부터인가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재테크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또다시 놀랐다. 이번 사태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트리고 있다. 공직자 윤리 실종은 물론이거니와 투기세력이 정책을 맡고 있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촛불시민이 만들어낸 정부의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시민의 열망과 기대는 높았다. 정부는 투기수요 근절과 집값 안정화 의지를 밝혔다. 투기 열풍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는 결연했다. 그런데 그간 많은 부동산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안정화되지 않았다. 정부 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잠시 진정되다가 다시 오르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자 시민들은 정책 당국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부동산값을 잡을 정책 능력이 있는 건지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30대 청년들도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공포와 불안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 사기에 나섰다. 이렇게 정책 신뢰도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터진 엘에이치 사태는 집값을 잡고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조차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시점, 무엇보다도 실추된 정책 당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정부의 의지조차 의심받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장에서 통할 리가 만무하다. 정부도 부동산 관련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대상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직자 지위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하여 부동산 투기이익을 얻는 일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몇 배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강력한 처벌규정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후적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직자는 부동산으로 이익을 누려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공직자 부동산신탁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공직자 윤리를 넘어 우리 사회 공정의 문제를 전면에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 열풍으로 자산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급으로 불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계속 몰리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노동의 대가보다 올라가는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는데, 누가 일하려 하고 누가 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까. 정부가 공익을 위해 신도시를 만들고 도로를 내서 개발이익이 생겼는데, 이를 왜 개인이 가져갈까. 부동산 불로소득을 제대로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한 질타와 사회에 대한 실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국민 모두의 자산인 토지가 소수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투기이익은 환수하고 투기거래는 규제되어야 마땅하다. 온 국민이 부동산 불로소득 혁파를 요구하는 지금이야말로 부동산 개혁의 기회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엘에이치 사태와 관련해 부동산 적폐 청산이 남은 임기 동안의 핵심 과제임을 분명히 밝혔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투기이익 환수에 있다.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핵심적인 정책수단은 보유세 강화이다. 보유세를 높이면, 부동산 투기의 기대수익률을 떨어트려 투기수요를 잠재울 수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 일관성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런데 그간 부동산 정책 방향이 흔들렸다. 투기수요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했다가, 언제부터인가 공급 부족으로 바뀌었다. 부동산 세제정책도 혼란스러웠다. 2018년 9·13대책의 종합부동산세 인상폭은 시장의 예상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았고 투기 열풍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작년에는 종합부동산세율을 다시 올렸지만 재산세율은 내렸다. 최근에는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 부담자가 늘어났으니 대상자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런 식으로 정책이 방향을 잃으면 정책의 신뢰도 추락은 돌이킬 수 없다. 부동산으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보유세를 높여 투기로 얻는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통한 투기이익 환수, 한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투기 열풍을 잠재우고, 부동산 적폐 청산의 길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