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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헬로, 블록체인] 코인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등록 2021-05-24 04:59수정 2021-06-11 14:35

|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암호화폐(가상자산)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모두가 한마디씩 하지만 일부러 언급하지 않는 내용도 있다. 국회가 말하지 않는 것부터 보자. 올해 들어 국민 10명 중 1명이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투자자는 511만명이다. 지난 3월 인구(5170만명)의 10%에 해당한다. 경제활동인구(지난 1월 2739만명)를 기준으로 하면, 암호화폐 투자자는 5명 중 1명(19%)으로 늘어난다.

특히 2030세대가 46%(233만명)나 차지했다. 투자금 비중은 더 크다. 4대 거래소 예치금(6조4863억원) 중 50%(3조1819억원)는 2030세대의 돈이었다. 이 현황을 보고 많은 정치인은 말했다. 청년 세대가 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지 그 사회경제적 배경을 봐야 한다고. 부동산이 폭등하면서, 노동소득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낀 청년층이 암호화폐에 몰렸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맞는 말이지만 상대적 박탈감만이 동기는 아니다. 청년들이 암호화폐를 사는 본질적 이유는 ‘큰돈을 벌고 싶어서’다. 주변의 친구, 동료가 암호화폐 투자로 쉽게 수백, 수천만원을 버는 걸 보면 ‘나도 해볼까’ 생각이 드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중장년층이 (주거 목적이 아닌) 강남 부동산을 사는 것과, 청년층이 암호화폐를 사는 목적은 같다. ‘나만 좋은 기회를 놓치나’라는 포모(FOMO) 심리와 ‘이 상승장에 올라타 돈을 벌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굳이 ‘청년이 힘들어서 그래’라고만 포장할 필요는 없다. 많은 정치인은 굳이 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도 있다. 암호화폐 그 자체다.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면서 국내 가격이 폭락했다. 그 이후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려왔다. 특히 주무부처가 될 것을 우려한 금융위원회는 더 조심했다. 작년 초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만나 암호화폐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대신 보좌진이 “기사가 나오면 가격이 움직인다”며 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동안 정부는 암호화폐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정부의 기조를 물으면 2018년에서 달라진 건 없다고 답했다. 한국이 가입된 국제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말고는 최대한 거리를 뒀다. 우리는 담당이 아니니 다른 부처, 부서에 물으라는 말을 여러차례 들었다. 그러다 올해 다시 ‘코인 붐’이 일었다.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기, 시세조종 피해자는 정부가 방치한 결과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블록체인 업계가 말하지 않는 것이다. 2016~2018년 화제였던 암호화폐공개(ICO·아이시오)를 기억하는가. 금융당국이 국내 아이시오를 금지하자, 많은 기업이 스위스 등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며 자금을 모았다. 이른바 ‘현대코인’이라고 불렸던 에이치닥(HDAC) 토큰은 비트코인 1만6786개를 모았다. 당시 시세로 약 2800억원이다. 보스코인은 비트코인 6902개(157억원)를 모았다.

이 외에도 많은 아이시오가 투자자의 돈을 모았다. 그러나 아직 쓸 만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한국은 아직도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분리할 수 있다, 없다를 가지고 논쟁 중이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서비스 중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지 못한 탓도 있다. 그나마 다날(페이코인), 차이(루나, 테라), 밀크(Mil.k)가 결제에 사용되지만, 논쟁을 끝낼 수준은 아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이다.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말만 해선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jua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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