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군 성폭력 사건에 대해 긴급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 장군이 여성 부하직원을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장성급 고위 군인이 성추행으로 구속된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군의 기강을 바로 세워 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성범죄 피의자가 된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고 개탄스러운데, 공군 중사의 성추행 및 2차 피해 사망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비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와중에 버젓이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니 말문이 막힌다.
6일 군 발표를 보면, 구속된 ㄱ준장은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이다. 지휘 책임을 물어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하고 국방부 장관이 국민에게 거듭 사과하는 걸 가까이에서 지켜봤을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고, 국방부가 군내 성폭력 특별신고를 받아 20여건을 수사 중이고, 군 전체가 성범죄 근절을 다짐하고, 이를 위해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출범한 것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공감도, 성찰도 하지 못했다는 거 아닌가. 이 나라 군인이 맞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ㄱ준장의 범행은 부하들과 회식을 한 뒤 노래방에 가서 벌어졌다. 그는 피해자의 신고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 덜미가 잡혔다. 회식부터 가해자의 태도까지, 공군 중사 사망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게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은 진상을 명백히 밝혀내 가해자를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군이 어쩌다가 계급도 가리지 않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이 됐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고강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역 장군이 성범죄 가해자가 된 사실은 군내 성폭력 문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구조적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2019년 공군 여성 대위 성추행 사건을 수사한 공군본부 감찰관실 조사관이 지난 4월 청와대에 공군 수뇌부의 사건 축소 의혹에 대해 공익고발을 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를 거쳐 국방부로 이첩되는 걸 보고 스스로 고발을 취하했다는 보도도 최근 있었다.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군의 특수성과 성범죄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ㄱ준장 사건에 대한 군의 대처 모습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번에는 군이 신속하게 가해자를 구속해 피해자와 분리했고, 피해자의 신원이 알려지는 2차 피해를 막는 데도 나름 신경을 쏟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만 군내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