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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군 중사 성폭력’ 수사도 부실, 군에만 맡길 수 없다

등록 2021-07-09 18:44수정 2021-07-09 19:05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 중사 추모소에 고인을 그리워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 중사 추모소에 고인을 그리워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성폭력 피해를 당한 공군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기까지 2차 가해, 허위 보고, 부실 수사 등 총체적으로 문제투성였다는 사실이 국방부 합동수사 결과로 다시 확인됐다. 게다가 초동수사 부실의 윗선으로 지목된 공군 법무실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한계도 드러났다.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9일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이 중사가 여러 번 거부했는데도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는 강제적이고 반복적으로 심각한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후 가해자의 협박과 상관 등의 회유로 이 중사가 심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장 중사는 이 중사가 신고하는 걸 막으려고 “너 신고할 거지, 신고해봐” “하루 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말로 이 중사를 협박했고, 상관들도 지속적으로 강압적인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사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3개월 간 치료를 받고 근무지를 옮겼지만, 새 상관은 부대원들 앞에서 “불미스러운 사고로 전입 온다”고 공개했고, 관련 문건 등을 통해서도 이 중사의 성폭력 피해 사실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이라는 상식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집단적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던 이 중사의 절망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군이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지울 없다. 초동수사를 맡았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찰 등을 총괄하는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합동수사단의 거듭된 출석 요구를 거부하다가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날에야 처음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군사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국방부 조사본부장에 대한 조처도 ‘엄중 경고’에 그쳤다.

이 중사의 유족들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국방부 장관은 특임 군검사 임명 등을 포함해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끝까지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유족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군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철저한 추가 수사를 통해 진상을 한 점 남김 없이 낱낱이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유족이 요구하는 특임 군검사 임명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더 나아가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진실 은폐와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돼온 군 사법체계의 근본적 개혁도 시급하다. 해당 부대의 지휘관이 수사와 판결을 좌지우지하는 지금의 군 사법체계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군대 내 성폭력 근절은 요원한 일이라는 걸 군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 모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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