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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언론중재법, 내용 못지않게 처리 방식도 중요하다

등록 2021-07-28 18:34수정 2021-08-24 08:26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합의가 아닌 여당의 표결 강행 끝에 처리된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주요 조항마다 ‘개혁이냐 개악이냐’를 놓고 논쟁 구도가 복잡하게 형성돼 있기도 하다. 그럴수록 내용의 완성도와 사회적 합의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법안 내용뿐 아니라 법안 처리 방식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담긴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경우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공직자나 후보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과 주요주주들의 경우 ‘악의성’ 입증이라는 문턱을 뒀다. 언론 대항력이 취약한 이들을 위한 입법을 “언론 자유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이 제도가 언론의 감시와 검증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게 하려면 악의성을 매우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그대로 둔 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특히 사실을 밝혔는데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손볼 필요가 있다. ‘기사 열람 차단권’ 또한 세심하게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본다. 청구 기준이 추상적이면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제약할 수 있음을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포털 게시물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 남용 사례로 경험한 바 있다.

언론의 책임과 언론 자유만큼 충돌하기 쉬운 가치도 흔치 않다. 그만큼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달 안에 본회의를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일방통행식 속도전은 제도의 안정성과 실효성 모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국민의힘도 “언론 통제법”이라며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가짜뉴스’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여론은 그동안 여러차례 조사를 통해 일관되게 확인되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여야가 함께 언론단체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언론 자유 침해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법안을 합의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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