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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언론 자율규제라는 ‘방울 달기’, 석달 내 가시화될까

등록 2021-10-06 04:59수정 2021-10-06 08:36

기존 기구와 다른 실효성 위해 언론사 적극준수 필수
포털 노출·미디어바우처 연계 등 아이디어들 거론
“조직·결정과정·재원 독립성 원칙 천명해야”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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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 과정에서 무겁게 확인한 지점이 있다. 개정안에 대한 찬반을 넘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언론불신이었다.”

언론중재법 처리 보류와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 설치가 합의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하며 사회적 합의를 촉구하는 현업 언론단체들엔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 같은 싸늘한 시민들 반응이 쏟아졌다.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해 언론계 스스로 내놓는 대답이 국민적 설득력을 어떻게 확보할까는 더욱 무거운 과제가 됐다.

현재 논의 중 눈길을 끄는 건 언론노조, 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 4곳과 신문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사용자 단체 3곳이 함께 지난달 계획을 밝힌 ‘통합형 자율규제 기구’다. ‘법개정 소나기 피해가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실현된다면 기존 기구들과 차별적으로 언론피해 구제 확대와 저널리즘 질 향상을 꾀할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특위의 복잡하게 얽힌 언론 관련 4개법 논의와 달리 일단 참여주체들 합의만으로 가능해 현실화 측면에서도 용이하다. 다만 대선 국면에 갈수록 언론정책이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 언론사주들까지 끌어들인 자율규제 논의에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석달 정도다.

7개 단체는 5일 회의를 갖고, 외부 연구팀 발족과 실무추진단 구성을 논의하며 로드맵 작성에 나섰다. 연구팀엔 자율규제 기구를 공개제안해온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업 언론단체들은 피해자 구제 강화뿐 아니라 이른바 ‘가짜뉴스’를 줄이기 위해 팩트체크 역할이나 정기적 콘텐츠 심의까지 염두에 두는 모양새다. 자체판단에 따라 긴급사안도 심의를 해서 따르지 않으면 이후 정기 심의에 벌칙을 부과하고, 일정 점수 이상 쌓이면 포털 제휴평가위원회와 연계해 노출 중단을 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김동훈 기자협회 회장은 “맹탕 권고만으론 국민들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정기 심의기구는 규모가 커질수밖에 없고 또다른 ‘사후 검열’ 논란 여지도 있어, 제기되는 분쟁에 대한 자율적 규제에 초점을 맞추자는 목소리도 있다.

미디어가 포털에 종속된 환경에서 포털과의 연계가 관건이라는 공감대는 추진 주체들 사이에 이뤄져 있다. 하지만 보도자료 콘텐츠를 기사인 양 부당전송한 <연합뉴스>에 32일 노출중단을 결정했던 포털 제휴평가위원회 같은 기구는 포털과 콘텐츠 제공업체의 ‘계약 위반사항’만 다룰뿐이다. 유통사업자임을 내세우며 선정적·자극적 기사 경쟁 환경 개선에 소극적이었던 포털이 콘텐츠 내용에 대한 책임까지 나눠 지려 할지는 의문이다. 한편 출범 5년을 맞은 제평위가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안을 포함한 연구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져, 논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언론중재나 재판이 몇주에서 몇달 이상 걸리는 것과 달리 신속하고 실효성이 있다는 기대는 가능하다. 심석태 교수는 ”특히 언론사 내부 교육과 연계한다면, 해당보도 하나의 정정뿐 아니라 이어지는 보도에도 반영될수 있다. 이슈에서 사라진 뒤가 아니라 기사가 ‘살아있는 시기’에 피해구제가 이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언론사들이 권고사항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행할 것인가다. 신문협회, 기자협회 등이 소속된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결정도 개별 매체들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강제성 부여와 동시에 인센티브 설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검토중인 미디어바우처 제도와 연계하거나 정부 광고 등에서 인센티브 제공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인센티브와 별개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자율규제도 받고 잘못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다시 법적처벌을 받는 식의 이중처벌이 되지 않도록, 자율규제 기구의 결정을 법원이 인정하거나 감안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할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언론계가 이번만큼은 ‘진정한’ 자율규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심영섭 교수는 “조직운영과 결정과정, 그리고 재원 등 3가지 독립성을 원칙으로 천명하며 언론계가 정공법으로 가야 필요한 요구도 가능해진다”며 “일부 정부지원 기금을 받을순 있겠지만 전제나 상수로 두면, 또다시 (자신들이 반대해온) 행정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부수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던 ABC협회에 참여 언론사들이 내온 연회비를 생각하면, 재원 독립 등은 무리한 주문도 아니다.

올해 언론윤리헌장 제정을 이끌었던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상적으론 1차적으로 각 언론사가 법에 강제돼 있지만 제대로 작동 않는 고충처리위원회 같은 기구를 실질화시켜야 한다. 외부인원을 포함한 책무위원회나 고충처리위원회를 구성해 결정을 맡기고 공표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움직임이 기반이 돼 기구가 만들어진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는 스스로 ‘방울’을 달수 있을까.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스웨덴은 어떻게 언론 자율규제 모범국이 됐나

외국에서도 언론 규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입법이 아니라 자율적 언론윤리기구의 전통이 강한 국가들도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 개편 논의가 거듭돼 왔다.

2011년 머독 일가가 소유한 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해킹 문제가 수면화됐던 영국이 대표적이다. 당시 판사 레빈슨이 이끌던 청문회는 1년8개월의 조사 끝에 1576쪽에 이르는 방대한 보고서를 내놓는데, 47개 권고사항 중 38개가 언론 자율규제 시스템의 무능, 새로운 규제기관의 필요성과 방법에 관한 것(<해외 언론 자율규제 현황 및 개선방안> 2017, 윤성옥 등)이었다. 기존 언론불만처리위원회(PCC)가 언론사들만 대변하고 규제보다는 불만처리기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언론불만처리위가 폐지되고 독립언론표준기구(IPSO)가 출범했지만, 이 역시 언론사 이익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승인한 규제기구 독립언론모니터(IMPRESS)가 신설돼 현재는 두 축으로 언론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곳의 재원은 질 높은 저널리즘을 격려하는 자선기부단체나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 같은 개인들의 후원이 근간이다.

학계에서 ‘모범’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는 언론 자율규제 기구의 효시라 불리는 스웨덴 언론평의회다. 1916년 일종의 내부징계위원회로 시작된 이 기구는 윤리위원회, 언론평의회로 변신하며 다른 국가에도 유사 기구를 확산시켰다. 언론평의회는 회원사의 자체회비와 심의비를 통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각사의 옴부즈맨 제도와도 긴밀히 연계돼 있다. 배정근 교수는 “주로 전직판사가 맡는 옴부즈맨이 자체적 조사를 언론평의회에 보고해 그 문제를 제소할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되어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여기서 내려진 결정이 법원에서도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곤 그대로 수용되는 것도, 언론사들의 적극참여를 이끌어내는 기제”(심영섭 교수)라고 한다. 규제적 성격과 인센티브 양축이 비교적 모두 작동되는 셈이다. 다만 대부분 정부 지원을 받는 스웨덴 언론사 사례를 그대로 한국 언론환경에 적용하긴 무리란 지적도 있다.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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