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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징벌적 배상제, 언론보도 위축 · 표현자유 침해 우려”

등록 2022-05-03 21:37수정 2022-05-03 22:04

언론 현업단체 주도 지난달까지 14차례 회의
3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에 관한 의견서 공개
“한국 언론도 사회적 책임 무겁게 받아들여야”
지난해 10월 출범한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위원회’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의견서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지난해 10월 출범한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위원회’가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의견서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언론학계가 함께 꾸린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위원회’(위원장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는 3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기사열람 차단 제도가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거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표했다. 또 위원회는 언론에 대해서도 철저한 반성과 자정 노력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이날 의견서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포함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 “그 요건이 비례 원칙에 반한 것으로 언론의 자기 검열을 불러와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위자료액 현실화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국정농단 사건처럼 처음부터 확실하게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는 사안에 대해 초기 의혹 보도를 하기도, 소송이 제기된 뒤에는 후속·추가 보도가 이어지기도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위원회는 그 대안으로 위자료 기준 상향 조정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중 기준 마련 등을 제시했다.

역시 개정안에 담긴 기사열람 차단제도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그 요건 자체가 불분명하여 표현의 자유를 과잉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 제도는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또는 ‘그밖의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막연해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에 대해선 인터넷 보도에 대한 피해자 지원제도 도입 등 대안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정정보도 제도에 대해선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사정에 맞게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위원회는 “정정보도는 지금보다 더 눈에 잘 띄고 분량이 많아야 하며 언론사들은 자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정보도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정보도 형식을 일률적으로 기사 분량의 2분의 1로 정하는 것은 언론사나 언론 피해자에게 불합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관한 의견에 앞서 기존 제도인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와 정보통신망법상 표현 행위 규제 등에 관한 의견을 먼저 제시했다. 즉 현재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이 존재하는데,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위원회 의견이다. 따라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폐지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위원회는 허위·조작정보를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어 국가 심의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권순택 위원장은 “위원회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독소조항이 있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했다”며 “언론중재법에 대한 검토 의견과 함께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 언론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위원회도 의견서를 통해 “언론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판을 뼈아프게 새기면서 시대 눈높이에 맞는 존재로 거듭나도록 철저한 반성과 자정 노력을 다해야 한다. 언론이 자신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낡은 관행에 안주한다면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0월14일 출범한 위원회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학계, 법조계, 언론 현업단체 등 4개 분야에서 추천받은 각계 전문가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까지 모두 14차례의 회의를 가졌으며, 이번 의견서의 내용과 논의 과정은 전국언론노조 누리집에 공개돼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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