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지난 18일 대구시청 앞에서 다음달 2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을 지켜온 간호사, 요양보호사, 의료기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보름 동안의 쟁의조정 기간 안에 ‘8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달 2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코로나 4차 유행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천명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8만여명이 가입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우리 방역체계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여론은 4차 유행 상황에서 파업을 예고한 노조를 탓하기보다 “오죽했으면 지금 같은 때 총파업을 하겠느냐”며 공감하는 쪽이다. 코로나 대응에 헌신해온 현장 의료인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조의 파업 예고는 병상 분담 몫이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임기응변 식으로 지탱해온 케이(K)-방역이 한계선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나순자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대응에 인력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 가서는 더 이상 안 된다. ‘위드 코로나’ 시기에는 보건의료·공공의료 인력 확충 없이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노조가 ‘총파업’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내 들게 된 데는 지난 5월부터 줄곧 대정부교섭과 산별중앙교섭 등을 통해 인력·시설 확대와 처우 개선을 요구해왔는데도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정책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만 끌어온 사용자와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 노조의 요구는 감염병 전문 병원 조기 설립,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공공의료기관 1곳씩 확보, 공공병원 시설·장비·인력 인프라 구축,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5대 불법 의료행위 근절, 의료기관 평가기준 강화, 의사 인력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등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들이다.
다행히 노조는 “총파업 전까지 정부와 교섭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코로나 진료 인력 기준을 마련 중이며, 공공의료 확충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란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엄중히 받아들여 이제라도 교섭에 성실히 임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