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왼쪽부터),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김승원, 김영배 의원 등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5일로 예고됐던 국회 본회의가 연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도 미뤄졌다.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것은 국회법 절차에 어긋난다는 국민의힘의 지적을 박병석 국회의장이 받아들인 결과다.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의장 주재로 만나 30일 본회의를 열어 주요 법안들을 일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닷새의 시간 여유를 확보한 셈이다. 민주당은 강행 처리가 부를 후폭풍을 다시 한번 냉철히 살펴보고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숙고해보기 바란다.
앞서 민주당은 25일 새벽 법사위에서 야당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 때 야당과 언론단체 비판을 받아들여 수정한 조항까지 재수정했다. 법사위 권한을 ‘체계·자구 심사’로 엄격히 제한하기로 한 여야 합의마저 어겼다. 8월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법안 처리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에도 변함이 없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경우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언론중재법 개정을 여-야의 대결로만 보는 협소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 문턱을 넘어섰으니 민주당은 언제든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로 언론개혁의 디딤돌이 놓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일부, 정의당, 언론단체,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주당에 앞서 이미 오래전부터 언론개혁을 위해 힘써온 이들도 포함돼 있다. 법안 처리 강행은 고립을 자초할 것이란 걸 민주당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자유언론실천재단의 원로들을 비롯한 언론유관단체들과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는 조항들을 바로잡고 허위·조작보도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 구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언론 재갈법’이라며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민주당에 강행 처리의 명분만 제공할 뿐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