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 4월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나라가 된다. 그동안 ‘선언’으로만 존재하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법에 담은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의심케 한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2018년 배출량 기준 35% 이상’으로 정한 게 대표적이다. 갈수록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비춰 지나치게 안이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기후운동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2050 탄소중립’ 선언이다. 그러나 그 당시 이미 7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터여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비춰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이 정부는 그 뒤에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미흡하게 제출해 유엔에서 ‘퇴짜’를 맞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자초했다. 세계 10위 안팎의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이면서 감축 노력에는 소홀하니 그런 비난을 들을 만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단체들은 탄소중립기본법에 적잖이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막상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엇보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너무 낮게 잡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한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전세계가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줄여야 ‘기후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체로 온실가스 배출 정점 연도 대비 50~60% 감축을 약속했다.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경로다. 2030년까지 충분히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면 2050 탄소중립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 5년마다 각국의 2030 감축 목표를 점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은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시행령에 위임했다. 법이 이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시행령에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