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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야 ‘언론 특위’ 합의, 언론도 스스로 ‘자정’ 나서야

등록 2021-09-30 19:56수정 2021-10-01 02:33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과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던 여야가 국회에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언론특위)를 만들어 언론 개혁과 관련된 제도 전반을 논의해 연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29일 합의했다.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포털의 뉴스 서비스 문제, 유튜브나 1인 미디어에 의한 가짜뉴스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여야가 처음부터 이렇게 접근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과 원로 언론인들도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만시지탄이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언론계나 시민사회를 포함해 그동안 이 문제를 고민해왔던 다양한 주체들의 문제의식을 받아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불사 입장을 보이던 여당이 막판에 급선회한 데에는 정치적 판단이 컸던 게 사실이다. 국내외 언론단체들의 비판과 청와대의 우려를 외면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부에선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방송법·신문법·정보통신망법까지 다뤄야 하는 언론특위의 활동 시한이 올해 말인 점을 들어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언론특위가 당리당략을 떠나 현안들을 제대로만 논의한다면 언론 개혁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언론특위가 열려 있어야 한다. 언론단체는 물론 시민사회와 학계 등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특위를 만들어야 한다. 언론특위가 사회적 합의의 용광로가 되어야 언론 자유와 알 권리, 허위·조작보도로 인한 시민 피해 구제 강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동안 여당이 언론중재법 추진 과정에서 벽에 부딪힌 가장 큰 이유도 언론단체들을 포함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소홀했던 측면이 크다.

이번 언론중재법 사태를 계기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언론단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밀어붙여온 것도 그만큼 언론의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언론은 설 자리가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언론 스스로 그동안의 잘못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사실과 공정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또 언론특위의 활동과는 별개로, 언론현업단체들이 제안한 ‘통합형 언론 자율규제 기구’ 설치 논의도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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