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지나친 규제완화가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다”며 “정교하고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원 후보자가 기획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건축·세제·대출 규제 완화 추진 의사를 밝혀 최근 집값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뒤늦게나마 잘못을 깨달았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 사회의 욕망이 응축돼 있는 부동산은 정부가 조금만 잘못된 신호를 보내도 불안해지는 만큼 원 후보자의 발언이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원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은 전날 “국토부 장관 후보로서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일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 세대에게 미래의 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책 목표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부동산 가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부분은 매우 안정 위주, 신중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만 보면 일단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줄곧 주장해온 터라 우려를 거두기엔 이르다.
원 후보자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세차례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양도소득세 인하, 임대차 3법 폐지 등이 포함됐다. 재건축 관련해선 안전진단 기준과 30년 재건축 연한 폐지라는 과격한 공약을 내걸었다. 양도소득세는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환원하고, 임대차 3법도 폐지해 원점으로 되돌린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사안들이다. 그의 공약 입안에는 대표적인 규제완화론자로 인수위 부동산티에프 팀장을 맡은 심교언 교수가 참여했다.
원 후보자의 이런 인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공약과도 궤를 같이한다. 윤 당선자는 원 후보자에 대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라고 소개했다. 윤 당선자는 공약으로 재건축·세제·대출 규제 완화를 내세웠는데 원 후보자에게 ‘총대’를 맡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규제완화의 폭과 속도를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규제는 생겨난 이유가 다 있는 만큼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하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은 ‘비정상’이므로 모두 뒤집겠다거나 단기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