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도덕적·윤리적 잣대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이가 드물다. 윤석열 행정부 첫 내각 후보자들의 자녀 문제, 부동산 의혹 등에 국민의 허탈과 분노가 쌓여가는데도 윤 당선자 쪽은 “청문회를 지켜보자”며 버티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0일 “후보자 선정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 검증팀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지만, 후보자 검증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철저히 진행됐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그 자신부터 부동산 거래, 부인의 개인전 등 ‘이해충돌’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과 관련한 여러 의문점이 제기돼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철저히 ‘블라인드’였다고 한 자녀 편입시험은 블라인드가 아니었고,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도박 사이트 운영사의 ‘단지 직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창립이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당선자와 ‘40년 지기’라는 정호영 장관 후보자는 ‘의혹 백화점’에 가깝다.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과정 의혹, 아들의 논문 공저자 참여 의혹 및 석연치 않은 보충역 판정 등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문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의혹과 닮은꼴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
정 후보자는 자신 역시 공공기관 비상근 이사로서 과도한 보수를 받고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하는 등 도덕적·윤리적 문제가 여럿이다. 그런데도 21일 아들이 다시금 4급에 해당하는 판정을 받았다며 “도덕적·윤리적 잣대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한 것은 적반하장에 가깝다.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진 않았는데도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억울하다’는 태도다. 무책임하기는 윤 당선자 쪽도 마찬가지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이 적극 해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증과 지명은 윤 당선자가 했는데, 의혹을 사는 사람들에게 해명하고 대응하라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한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25일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시작된다. 그 전이라도 스스로 설정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는 정리하고 가는 것이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고 윤 당선자의 다짐처럼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