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운데)가 13일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5월 성추행 피해를 입고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숨진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을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13일 부실 수사 책임자들과 2차 가해 관련 지휘관들을 대거 기소했다. 이 중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 군의 부실 수사와 조직적 2차 가해가 사건 발생 1년4개월 만에야 법적 처벌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특검팀은 이 중사 사건을 처음 수사한 공군 20비행단 군검사가 2차 피해 정황을 알고도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의 구속수사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조사 일정을 지연시키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지난해 국방부 재수사 당시 자신에게 수사 상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군무원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려 하자 군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는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이 중사가 부부 문제 때문에 숨졌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거나 오히려 허위 사실을 퍼뜨린 당시 20비행단 대대장·중대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공군의 초동수사와 국방부의 재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진작에 밝혀낼 수 있었던 혐의들이다. 초동수사 부실은 이 중사를 절망으로 몰아넣은 직접적 원인이 됐고, 이에 대한 비판 속에 시작된 국방부 재수사도 ‘면죄부 수사’로 끝나고 말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 수사 책임자는 한명도 기소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 군을 대상으로 한 첫 특검이 도입된 것은 군 스스로 초래한 결과였다. 특검이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시점에서 100일 동안의 수사를 통해 이 정도의 결과를 내놓았다면 지난해 국방부 수사는 작정하고 봐준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군 사법체계를 통한 진상 규명이 잇따라 실패하고 특검을 통해서야 가까스로 진실에 접근하게 됐다는 점에서 제도 개혁의 필요성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전익수 법무실장이 군검사에게 압력을 넣어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특검 수사 결과는 전근대적인 군 사법체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범죄, 군인 사망 사건 관련 범죄 등은 수사·기소·재판을 민간으로 넘기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사법체계가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 근본적인 개혁을 미룰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