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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레고랜드·흥국생명발 위기, 당국 늑장 대처 언제까지

등록 2022-11-08 18:19수정 2022-11-08 20:13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원회 사무실 모습. 사진 금융위 제공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원회 사무실 모습. 사진 금융위 제공

흥국생명이 7일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예정대로 만기일에 조기상환하기로 결정했다. 조기상환 연기를 발표한 지 엿새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채권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등 후폭풍이 일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사안을 왜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나서야 당국이 나서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레고랜드발 위기를 겪고서도 아직 당국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

흥국생명은 2017년 5년 만기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9일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관행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은 첫번째 콜 행사일에 권리를 행사한다. 즉, 이때 채권을 조기상환한다는 얘기다. 법적으로는 조기상환을 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러지 않을 경우 상환능력 저하의 신호로 비칠 수 있다.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을 연기한 것은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우리나라 외화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큰 폭 상승했다. 이 수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상황이 악화하자 흥국생명은 그제야 조기상환을 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흥국생명은 조기상환 연기 발표 과정에서 금융당국과도 의사소통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결정이 큰 파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이를 강행하도록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때도 한달 가까이 방치했다가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되자 뒤늦게 ‘50조원+알파’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금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이렇게 민감한 때는 금융당국이 개별 사안의 규모가 작더라도 면밀히 모니터링해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조원의 자금을 투입해도 막기 어려운 지경까지 몰린다. 이런 식의 유동성 공급은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기조와도 명백히 어긋날뿐더러, 반복되면 정부의 위기 대처 역량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흥국생명은 총수 일가가 약 82%의 지분을 소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계열사 지원으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회사와 총수 일가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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