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 등 표현을 해당 연구진의 동의 없이 넣어 반발을 산 데 이어, 심의기구의 회의 내용을 왜곡하고 연구진에 직접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개정안은 ‘성소수자’와 ‘성평등’ 표현을 삭제해 구조적·제도적 차별을 가리려 한다는 비판 또한 받고 있다. 내용과 절차 모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개정은 디지털 전환과 고교학점제 도입 등 학교교육의 큰 틀의 변화에 맞춰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의미의 개정안에 교육부는 지난 9일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추가해 해묵은 이념적·정치적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2011년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교육과정 개편 때와 판박이다. 역사과 개발연구진이 성명에서 밝혔듯 ‘자유민주주의’ 표현 집착은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다양성과 포용적 가치를 좁히는 결과”를 낳을뿐이다.
여기에 절차적인 하자마저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연구진이 반대했지만 ‘법적 절차’를 밟아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들 일부는 교육부가 자신들 대부분이 ‘자유민주주의’ 표현에 동의한 것처럼 내용을 왜곡했다며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집필진 스스로 문맥에 맞게 표현을 선택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 것이지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고치도록 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의자료는 당일 배포됐고 표결절차 같은 것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달 10일 연구진 회의엔 교육부 직원 2명이 찾아와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넣고 전근대사 비중을 늘리라는 ‘주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와 ‘외압’ 의혹까지 사고 있다. 교육부 직원은 이 자리에서 “이젠 정치의 시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현재 전체회의록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교육과정 개정을 무리하게 바꾸고 있다는 의혹을 교육부 스스로 해소하지 않는 이상, 개정안에 대한 반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획일화된 정부 역사관을 강요하려던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 시도가 전 국민적 반대를 불러일으켰던 게 불과 몇년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