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전장연 사무실을 찾은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 등과 면담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교통공사가 면담했다. 새해 들어 재개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서울시가 경찰력까지 동원하는 강경 대응으로 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첫 대화였다. 전장연은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선전전을 중단하기로 했고, 그때까지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결자해지’는 이럴 때 필요한 처신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오 시장은 이번 사태의 핵심 장본인이다.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킬 경우 서울교통공사에 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강제조정을 “법치를 파괴하는 조정안”이라며 거부했다. 지난 2일 전장연은 ‘5분 이내 시위’를 약속하고 선전전을 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경찰이 가로막았다. 경찰은 이날 기동대 8개 부대를 배치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끌어냈다. 오 시장이 “단 1분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무관용 원칙’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의 ‘무관용’ 발언은 표현부터 부적절하다. 장애인의 집회·시위를 관용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법원이 ‘5분 이내 시위 허용’ 조정안을 내 장애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하려 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 한 해 내내 장애인들이 ‘권리예산’을 요구해온 것을 시민의 ‘출근길 1분’보다 가치 없게 치부한 셈이기도 하다. 올해 반영된 장애인 권리예산은 전장연 요구의 1.1%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법원의 조정안을 거부한 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년 동안의 전장연 시위에 대해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거라고 한다. 이참에 장애인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전장연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운행 지연 안내방송을, 시위와 무관한 노선의 열차 내 방송뿐 아니라 문자메시지로도 퍼뜨리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 시민들의 혐오를 부추기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여론이 오 시장과 서울시 뜻대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전장연에 대한 후원금과 지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비문명’ 운운하며 전장연 시위를 공격했을 때도 봤던 현상이다. 시위하는 장애인을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들이 오 시장의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뜻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