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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붕괴된 ‘정자교 보행로’, 안전진단 항목에도 없었다니

등록 2023-04-06 19:35수정 2023-04-07 14:29

6일 오전 보행로 일부 구간 침하 현상이 확인돼 통제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불정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다리를 살펴보고 있다.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에서는 보행로가 붕괴해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보행로 일부 구간 침하 현상이 확인돼 통제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불정교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다리를 살펴보고 있다.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에서는 보행로가 붕괴해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후진국형 인재’에 위협받고 있음을 새삼 일깨운다. 정해진 공법을 지키지 않는 부실시공과 형식적인 안전점검 등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은 ‘유엔이 인정한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성남시 탄천을 가로지르는 정자교는 1993년 완공된 왕복 6차로 교량이다. 탄천 주변의 아파트 대단지와 상가 밀집 지역을 연결해 통행량이 많은 다리다. 다리 밑을 통과하는 산책로도 평소 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정자교 보행로 붕괴로 1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는데, 사고 당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평소 유동인구로 볼 때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붕괴된 보행로 구간은 다리 상판에 매달리듯 설치된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조처는커녕, 오히려 안전점검을 아예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2022년 하반기 ‘정자교 정기안전점검 결과표’를 보면 붕괴된 보행로 구간은 점검 항목에서 아예 빠져 있다. 정자교의 보행로는 한쪽 끝만 고정되고 다른 끝은 하중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없는 처마 형태의 구조물(외팔보)로 돼 있는데 이 부분이 칼로 자른 듯 떨어져 나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점검 항목은 대부분 차도에 해당하는 구조물이었다. 전문가들은 보행로 구조물에 상수도관 등이 설치되면서 설계 당시보다 더 많은 하중이 가해진 것을 붕괴 원인으로 지목한다. 보행로에 대해 더욱 세심한 안전점검을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고는 29년 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출근길 난데없는 한강다리 붕괴로 32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 사고 이후 정부는 후진국형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며 각종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났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후진국형 인재를 목격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노동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때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건설사들은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성남시는 6일 정자교 인근 주요 교량에 대한 정밀진단에 나섰다. 서울시도 정자교와 유사한 구조의 교량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다. 이제라도 또 다른 사각지대는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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