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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세사기 구제 요건, 너무 까다로워 두번 억울한 사람 없어야

등록 2023-04-28 18:08수정 2023-04-29 02:30

28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정부의 전세사기 특별법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정부의 전세사기 특별법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본궤도에 올랐다. 정부·여당안인 김정재 의원(국민의힘) 안과 함께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의에 올랐다. 이르면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최종 표결이 이뤄진다.

여야 간 남은 쟁점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채권을 자산관리공사 등이 선매입하는 것을 포함하느냐 정도다. 정부·여당이 강하게 반대하는데, 넣더라도 공정가치 평가를 거쳐 매입하는 것이라면 피해자들에게 별 도움이 못 될 수 있다. 확정된 정부·여당안의 큰 줄기는 피해자에게 주택 우선매입권을 보장하고, 경락대금 저리대출을 지원하고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하며, 우선매입권을 공공에 넘기는 경우 매입 임대 주택에 입주하게 해주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런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하고도 특별법에 따른 구제를 못 받는 사람이 적잖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았을 것,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공매가 진행될 것, 수사 개시 등 사기 의도가 인정될 것 등 조건과 함께, 다수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면적이나 보증금이 일정액을 밑도는 서민 임차주택으로서 보증금의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등 모두 6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다수’, ‘상당액’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를 두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인정조건이 “너무 까다롭거나 기준이 모호해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보여주기식 특별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반발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경찰이 적극 수사에 나서지 않는 전세사기 고발 사건, 이중계약 등의 방식으로 임차인의 대항력을 상실케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구제를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까지 만드는 판국에 피해자가 1명인 사기사건이라고 구제하지 않는 것이나, 보증금 손실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대상에서 빼는 것도 불합리해 보인다.

특별법을 하루빨리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두르다 구제의 사각지대를 크게 남긴다면 피해자들을 또 한번 절망하게 만들 것이다. 법 제정 단계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조건을 충분히 논의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고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세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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