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이도 조정을 시사한 발언의 파장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교육 현장의 불안이 커지자, 대통령실과 교육당국은 윤 대통령 발언 뒷수습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조율되지 않은 윤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즉흥 발언이 정책 혼선을 부추기고, 국정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현장에선 ‘물수능’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 등 추가 해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윤 대통령 지시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총리의 업무보고 의제에는 수능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도, 업무보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6월 모의고사 난이도 책임을 물어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경질되고,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사교육 산업과 한통속”이라는 윤 대통령의 의심 아래 감사 대상이 됐다. 교육개혁의 대의는 사라지고 윤 대통령이 던진 몇마디에 교육 현장과 정책 당국이 모두 쑥대밭이 된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사회적 논란과 갈등의 최전선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살 조기 입학’ 논란 역시 윤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교육계와 학부모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엔 고용노동부가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윤 대통령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하루 만에 뒤집는 일도 있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 삶에 직결된 주요 정책들이 윤 대통령의 ‘한마디’에 좌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잇따른 즉흥 발언 논란은 윤 대통령이 민감한 이슈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없고, 해법도 숙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정책을 ‘무 자르듯’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무엇보다 ‘공교육 정상화’ 등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에 묻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말의 엄중함과 무게를 거듭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