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 문제를 지적한 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 교체, 수능 출제기관 감사 등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5개월여 남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교육계에선 ‘쉬운 수능’ 경향으로 이어질 것이라 분석이 나온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킬러문항’ 감소에 따른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당장 대입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때아닌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발언’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고3 학부모 임아무개(50)씨는 “교육은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하는데 대통령 발언으로 11월 수능은 물론 9월 모의평가 출제 방향이나 난이도가 달라지면 진짜 불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도 “이런 기사를 보면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와 애들은 어쩌라는거냐”, “아무리 방향성이 맞아도 (수능을 코앞에 둔) 6월에 할 말은 아니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단순히 수능 난도를 낮춘다고 입시 과열 문제가 해소되는 게 아닌데, 수능 당사자들만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반수생 학부모 김아무개(49)씨는 “어디부터 손 대야 할지 알 수 없을 만큼 꼬인 문제를 수능을 5개월 앞두고 갑자기 ‘물수능’으로 풀라는 게 말이되냐”고 꼬집었다. ‘한 문제만 틀려도 대학 등급이 떨어진다’는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대입 시험이 공교육 과정 안에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뜻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서울 강북 지역 고3 남학생의 아버지 ㄱ씨는 “정부가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말도 하는데, 올해 수능이 쉽게 출제될 거라 하니 넉넉치 않은 형편에서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초고난도 문항을 뜻하는 뜻하는 ‘킬러 문항’은 난도를 낮춘 수능에서 학생간 변별도를 높이는 방안이었지만, 정규 교육만으로는 맞추기 어려운 수준의 문제들이라는 지적이 잇따라왔다.
실제 입시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결국 수능 난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킬러문항 지양’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출제 방향이긴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선 데는 다른 파급력을 갖는다는 평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통령이 특정 영역 문항을 지적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앞으로 난이도가 현재보다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 수학의 경우, 정답률 5∼10% 내외의 고난도 문항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고득점을 위해 비문학 지문에 대비하던 상위권 학생들은 ‘이 문제를 대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비에스(<EBS>) 연계 교재를 얼마나 공부해야 할지’ 등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단어 한마디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소장은 또 “통상적으로 6월 모의평가는 다소 어렵게, 9월 모의평가는 다소 쉽게 출제되고 이를 반영해 수능 출제가 이뤄진다”며 “아직 채점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는데 수능 책임자를 경질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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