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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어제는 “공교육 교과” 오늘은 “변별력”…수험생은 ‘멘붕’

등록 2023-06-16 20:06수정 2023-06-17 00:21

대통령 메시지에 ‘물수능’ 논란 번지자
“공정한 변별력이 전제” 후속 해명나와
2021년 6월3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연합뉴스
2021년 6월3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15일 지시한 게 ‘쉬운 수능’을 지시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수험생·학부모와 교육계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16일 “공정한 변별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수능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논란 소지가 있는 발언을 불쑥 내놔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8시13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어제 이 부총리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전날 윤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다시 상세하게 전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지시가 공개된 뒤 언론과 수험생·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서 ‘물수능’ 우려가 제기되며 혼란과 불만이 번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도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이 부총리가 대면 브리핑을 한 뒤 논란이 번지자, 4시간 뒤 ‘출제 배제’ 대상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라고 브리핑 내용을 수정했다. 또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추가로 공개했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 지시를 재차 브리핑하면서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라는 발언을 새로 전했다. 전날 추가 공개한 발언의 방점이 ‘교과과정 내 수능’이어서 수능 난이도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자,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지시였다며 ‘변별력’이라는 전제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 교육 당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모는 또 다른 사례로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를 들며 “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 발언도 전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교육 현장의 혼란이 금세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도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을 통해 같은 취지의 해명을 했지만 ‘교육과정 내라는 표현은 쉬운 수능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교과서에 있는 지문이나 주제로 한정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교육과정 내에서 충분히 다뤄진 내용이 문제로 출제돼야 한다는 기조지만, 무조건 교과서 내에서 출제하라는 경직적인 가이드라인은 아니다”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윤 대통령 지시의 핵심이 무엇인지 여전히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혼란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가운데 하나인 수능을 두고, 올해 수능을 150여일 앞둔 시점에 사전 논의나 정교한 전략 없이 윤 대통령이 돌출적인 지시를 한 탓이 크다. 당초 전날 이주호 부총리의 업무보고 의제엔 수능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그런데, 교육부 담당 국장이 교과과정 내 공정한 수능이라는 기조를 이행하지 않아 경질했다는 이 부총리의 보고를 받고 윤 대통령이 갑자기 이런 지시를 내놨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교육부 담당 국장이 해태한 것 같아서 부총리가 경질한다는 (보고를) 했고 , 그런 대화 끝에 (대통령 지시가) 나온 것 ”이라고 설명했다 .

윤석열 정부가 민감한 교육 의제를 거칠게 추진하면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7~8월 교육부는 만 5살 조기 입학 학제 개편안을 사회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려다가 교육계 반발에 부닥쳐 번복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향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으나 여론이 들끓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윤 대통령이 그간 여러 분야를 비판하면서 내놓은 ‘이권 카르텔 혁파’ 프레임을, 수능 문제 대책으로 근거 없이 꺼내든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이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경질된 교육부 공무원을 겨냥해 “이권 카르텔의 증거”라고 했지만, 교육부조차 “특정사안이나 구체적 정황 증거를 갖고 말했다기보단, 그동안 잘 고쳐지지 않는 관행을 지적하면서 나온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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