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2주 연속 올랐다.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기름값 움직임이 불안하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7월 둘째 주에 전주보다 2.9원 오른데 이어, 셋째 주에는 11.5원이나 올랐다. 국제 원유 가격 상승 흐름을 보면 국내 기름값 상승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하락 뒤의 소폭 반등에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추세의 반전이라면 ‘물가 안정’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될 수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내려왔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상반기 4.0%였던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는 2.6%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물가 부담을 덜고 경기회복 쪽에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에너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야 한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3.27달러까지 폭등했던 두바이유 선물값은 올해 5월 74.96달러, 6월 74.99달러로 떨어져 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을 한숨 돌리게 해주었다. 그런데 7월 들어서는 21일까지 평균가격이 78.93달러로 올랐다. 19일 이후에는 80달러대로 올라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기름값 반등은 미국의 석유 재고 감소, 중국의 원유 수입 급증 등이 배경이다. 조지프 맥모니글 국제에너지포럼(IEF)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각) 인도 고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 모임 뒤, <시엔비시>(CNBC)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쉽지 않아 올 하반기에 국제 유가가 다시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지난 17일 흑해곡물협정 파기를 선언한 뒤, 밀을 중심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좋지 않은 흐름이다. 장마철에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농산물 가격이야 곧 내려가겠지만, 수입 원자재 가격의 상승 영향은 크고 오래간다.
‘하반기 회복’을 점치던 정부의 전망과 달리 경기회복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1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 올린 뒤 지금껏 동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 지원 확대로 가계부채가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고,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꽤 오래갈 수도 있겠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다시 넘어서고, 그런 시기가 길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