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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건전재정 한다며 또 감세, 세수 기반 허무는 정부 [사설]

등록 2023-07-27 18:54수정 2023-07-28 02:42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지난해 대규모 부자 감세로 세입 기반을 약화시킨 정부가 올해도 추가 감세 방안을 내놨다. 말로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도 없이 감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2023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3조1천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소득세 등 전방위에 걸쳐 워낙 공격적인 감세를 한데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탓인지 올해 감세 규모 자체는 줄었다. 그러나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긴 75개 주요 정책 과제 중 72%인 54개가 기존 비과세·공제 혜택 확대나 세금 감면 기한 연장 등이라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감세 기조는 여전하다. 특히, 기존의 자녀 비과세 증여(5천만원 한도)에다 ‘혼인 증여재산 공제’(1억 한도)를 신설해 총 1억5천만원을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게 했다. 양가 합쳐 3억원까지 세금 없이 결혼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준 셈이다. 이는 ‘부의 대물림’을 공식화하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과 국민의 투자·소비 여력을 확보해드리는 게 맞는다”며 “세금을 더 거두는 정책은 타이밍상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투자할 수 있고 소비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국민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올해는 외환위기·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 없이 1%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최초의 해가 될 것이다. 경제 활력이 떨어져 있고, 수출과 민간소비가 모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라도 적극적인 지출을 통해 경기 침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집계 결과, 정부소비는 1.9%나 감소했다.

정부는 감세 혜택이 대부분 서민·중산층에 돌아갈 거라고 주장하지만, 근로소득자의 35%가 세금을 안 내는 면세자여서 감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미흡 등으로 기재부가 오매불망 기대하는 ‘상저하고’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 기조의 지속은 오히려 자산·소득 격차만 더 늘릴 뿐이다. 고령화 현상은 이미 시작됐고, 에너지 전환 등 재정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제대로 걷어서 미래를 위해 지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제구실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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