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과 연결된 백화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이 발생해 시민 1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기도 성남 분당 서현역의 한 백화점에서 또 다른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와 시간대에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저지른 충격적인 범죄다. 특히 신림역 사건 이후 ‘모방범죄’ 예고가 잇따른 가운데 실제 현실화된 사건이라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선진국 가운데서도 치안이 좋기로 소문난 우리나라가 어쩌다 시민의 일상이 불안한 사회가 됐는지 안타깝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번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으로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2명은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2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3일 퇴근 시간대에 어머니 소유의 자동차를 몰고 서현역 백화점 앞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미국 총기난사 사건 등에서나 봤던 충격적인 범죄다. 그는 범행 전날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범행 장소를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에 피해망상 등의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앞서 신림역 사건 이후 다수의 모방범죄 예고 글이 온라인 공간에 올라온 상황에서 발생했다. 서울경찰청은 강력범죄수사대에 ‘살인예고글 전담 대응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지만, 이번 범죄를 막지 못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이유다. 4일에도 10여건의 모방범죄 예고 글이 등장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고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에 대해 총기나 테이저건 등 물리력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범행 제압을 위해 총기 등을 사용한 경찰관에는 면책규정도 적극 적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권력의 물리적 대응과 형사처벌 강화만으로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범죄의 배후에 있는 ‘사회적 원인’도 살펴봐야 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겪는 실패와 좌절, 그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 등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적대감으로 발현되는 것이 ‘묻지마 범죄’의 특성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고,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대책이 필요하다. 공권력의 강경한 대응을 넘어서는 다각도의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