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통상적 절차를 건너뛰어 가며 공영방송 이사장 해임을 서두르고 있다. 방송장악이라는 반민주적 목표를 정해 놓고 군사작전 하듯이 몰아치는 독재적 행태다. 공영방송을 황폐화한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즌2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하다.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과 정미정 교육방송(EBS) 이사 해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통상적으로 매주 월요일 상임위원 간담회를 열어 안건을 논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수요일 전체회의를 여는데, 이번에는 상임위원 간담회를 생략하고 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남 이사장과 정 이사 해임안을 상정한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여권 추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다수결로 해임을 강행하려는 것이다. 야당 몫인 김현 상임위원은 안건 및 일정 협의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 청문회도 잡혀 있다. 권 이사장 해임은 16일 방통위 회의에서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련의 무리한 행태로 보아 대통령실을 비롯한 윗선과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인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임명을 거부해 정부·여당에 유리한 현재의 2 대 1 구도를 만들었다.
두 이사장 해임 추진은 사실관계를 떠나 절차적으로도 온당하지 않다. 방통위는 남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사용과 권 이사장의 감사원법 위반 등을 해임 사유로 들고 있는데, 남 이사장은 근거를 들어가며 적극 반박하고 있고, 권 이사장은 문화방송 자료를 방문진이 대신 받아 제출하지 않는다고 감사원이 감사 방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정도 사안이 이사장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지만, 방통위 검사·감독 결과는 물론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의 조사 및 감사 결과 등 어떤 공식적인 사실 확인도 없는 상태다. 수사도 안 된 상태에서 판결을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명백한 절차 위반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취임 전에 일 처리를 끝내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법원에서 부당한 해임이란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관없다는 투다. 그때는 이미 방송장악을 다 끝낸 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영방송 이사장을 무리하게 갈아치우고 난 뒤,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