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의 차기 사장으로 김동철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2018년 2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는 김 전 의원의 모습.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전력공사 차기 사장에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동철 전 의원 선임이 유력하다고 한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이어 한국전력공사까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출신 인사가 사장 자리를 꿰차게 될 판국이다. 특히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고 제때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한전의 적자가 엄청나게 불어난 상황이다.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하려고 에너지 분야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후보에게 한전을 맡기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김 전 의원을 포함해 복수의 인사를 차기 한전 사장 후보자로 추천하기로 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후보를 한전에 추천하면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사장이 선임된다. 산업부는 통상 단수 후보를 추천하는데 김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특별고문을 맡았고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19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나, 에너지 분야 경력은 전무하다.
김 전 의원이 선임될 경우, 1961년 한전 창립 이래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 된다. 갈수록 독립적인 에너지요금 의사결정 체계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려 정치 논리에 에너지정책을 더 종속시키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올해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 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2021년 이후 4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은 영향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애초 3월에 마쳤어야 할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5월 중순에야 발표한 바 있다. 또 지금 수준으로는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운데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추가적인 요금 조정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없이 집권당의 입김만 키우는 ‘낙하산 인사’로는 한전이 짊어지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정책 불확실성만 키울 소지가 크다.
지난해 임명된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에너지 분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윤석열 후보 캠프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던 대선 공약을 아예 폐기하려는 것인가. 앞으로도 전기·가스요금을 두고 전임 정부 탓만 하면서 ‘폭탄 돌리기’를 할 게 아니라면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사의 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