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내린 권 이사장 해임처분은 1심 본안 소송 선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한 데 대해 법원이 11일 해임처분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해임처분이 정당한지 다투는 본소송이 진행 중인데, 1심 선고가 날 때까지 권 이사장은 직위를 유지하게 됐다. ‘방송 장악’을 위해 정부가 자기편이 아닌 공영방송 이사진을 잇따라 찍어내고 있는 상황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이날 결정에서 문화방송 경영 및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등 방통위가 제시한 권 이사장 해임 사유에 대해 “방문진 이사회가 의사를 결정한 절차에 현저히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는 부분이 소명되지 않는다”며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방문진 이사장) 해임을 허용하는 것이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에 더욱 부합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권 이사장 해임이 무리였다고 인정한 셈이다.
공영방송 관련 인사들의 해임에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현 정부가 해임한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의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임된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문재인 정부 때 해임된 고대영 한국방송 사장, 강규형 한국방송 이사 등도 사후적으로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해임 당시엔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비춰 보면 권 이사장 해임이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강행됐는지 알 수 있다.
비록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한상혁 위원장과 남영진 이사장 해임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과거 정부에서 해임된 공영방송 사장·이사 등이 결국 해임 무효 판결을 받은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그만큼 중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보여준다. 이런 판례가 쌓여왔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무모하게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
나아가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위헌적인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도 내용을 판단해 언론사 존폐를 결정하겠다는 식인데, 이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21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규범을 훼손하는 폭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