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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블랙리스트 반성은커녕 ‘연예인 발언’ 제동 건 유인촌

등록 2023-10-05 07:00수정 2023-10-05 07:12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관여 의혹을 부인한다면 모를까, 이미 공식 문건을 통해 확인된 사실까지 전면 부정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 최근 국민의힘으로부터 공격받은 가수 김윤아씨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발언에 대해선 ‘연예인은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던 것과 맥락이 상통하는 인식이다. 어느 시대 문체부 장관 후보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류해 탄압했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된 청와대·국가정보원 문건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2017년 공개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2008년 8월)은 좌파·우파 예술인의 행태를 분석하고 좌파 예술인에 대한 정부 지원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공개한 ‘좌파 문화예술단체 제어 및 관리방안’ 문건(2010년 11월2일)도 “정부 인사 및 특정 정치인 비방 등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수사기관의 감시활동을 통해 적발된 공금 유용 등 비리행위는 형사 처벌을 통해 세 위축 유도” 등 방안을 담고 있다. 하나같이 전체주의적 여론 통제와 표현의 자유 탄압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2019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발간한 백서에는 “이명박 정부의 유인촌 장관,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문화예술계의 배제, 갈등, 탄압 등을 주도하는 관료주의의 상징과 같았다” 등 유 후보자 이름이 104차례나 등장한다. 그런데도 유 후보자는 일말의 반성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행적을 떠나 현시점에서 가수 김윤아씨 발언에 대해 보인 태도 역시 낡았고 위험하다. 유 후보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견해를 표현할 수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경우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공개적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인식을 지닌 인물이 문화예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관이 된다면 문화예술 본령이라 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연예인들의 자유와 창의성을 억누르고 감시·통제 대상으로 삼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유 후보자가 이런 인식을 뉘우치고 바로잡지 않는다면 민주국가의 문화예술 담당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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