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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뉴스타파 제재 나선 방심위, 검열기구가 되려는가

등록 2023-10-11 18:48수정 2023-10-12 02:43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건물 앞에서 뉴스타파 구성원들이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러 찾아온 검찰 관계자들을 막아서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건물 앞에서 뉴스타파 구성원들이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러 찾아온 검찰 관계자들을 막아서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11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에 대해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방심위가 제재를 공식 결정하기에 앞서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다. 사실상 요식 절차에 지나지 않아, 기사 삭제나 접속 차단 등의 조처가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방송이 아닌 언론사의 보도물을 심의 대상에 올린 것은 2008년 방심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언론 시계를 보도 검열이 횡행하던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리는 반민주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이날 뉴스타파 누리집에 실린 녹취파일 기사와 뉴스타파 유튜브 채널에 올려진 동영상에 대해 심의를 벌인 뒤 ‘의견진술 청취’를 의결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 대선을 사흘 앞두고 보도된 이 기사와 동영상에서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통신소위는 뉴스타파의 보도물에 대해 ‘정보통신 심의규정’의 ‘사회질서 위반’ 조항을 적용했다.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그동안 기사가 아닌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할 때 적용돼왔는데, 규정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회 혼란이 뭔지, 어느 정도가 돼야 현저한 건지, 보는 사람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심위는 정부·여당 위원이 다수를 차지해 정권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심위의 심의가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억압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하물며 심의 대상이 언론 보도로까지 확대된다면 껄끄러운 언론에 툭하면 재갈을 물리는 무소불위의 검열기구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와 권력자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선진국 가운데 권력자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행정기관이 언론 보도를 심의하고 제재하는 나라는 없다.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선 다소 소란스럽더라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걸 역사적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언론계와 학계는 물론 방심위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심의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언론 검열은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는 전체주의의 유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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