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8월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에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다고 한다. 지난 6일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5표를 얻지 못해 최종 후보는 안 됐지만, 추천위원 4명의 찬성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했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김 부위원장은 공수처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을 뿐 아니라,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런 인사를 정치적 중립 의지가 필수적인 공수처장에 추천하다니 어이가 없다. 추천위는 19일 다시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는데, 김 부위원장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시도는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씩 지명하고, 당연직으로 대한변호사협회장,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이 참여하는 7인으로 구성된다. 지난 회의에서 김 부위원장에게 찬성표를 던진 위원은 여당 추천 2명과 한동훈 장관, 그리고 김영훈 변협 회장이나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가운데 한명으로 추정된다. 여당 몫 추천위원들이 김 부위원장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은 자가당착에 가깝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공수처 도입을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할 때 내세운 이유가 바로 ‘대통령 직속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래 놓고 지금은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인사를 버젓이 공수처장으로 추천하다니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아닌가. 한 장관도 마찬가지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참모로서 공수처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할 책임이 있다. 공수처는 검찰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기관이다. 그런데도 공수처장 자격이 전혀 없는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지다니, 한 장관의 ‘공정’은 왜 늘 선택적인가.
공수처는 지금 ‘채 상병 사건 해병대 수사 외압’과 ‘전현희 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 등 대통령실과 감사원을 비롯해 윤 정부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뜩이나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후임에 ‘친윤’ 인사가 임명되면 주요 사건 수사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추천위는 공수처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적임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한다. 한 장관과 여당 인사들의 각성을 도무지 기대할 수 없다면, 사법부와 변협을 대표한 추천위원들의 소임이 막중하다. 김 후보의 공수처는 없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