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방송·통신 관련 업무 경력이 전무한데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7일 열렸다. 김 후보자는 전문성·독립성 결여에 대한 우려를 전혀 불식시키지 못했다. 방송 장악에 혈안이 돼 방통위를 ‘대통령 친정 체제’로 만들려 한다는 세간의 의구심은 더욱 굳어졌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방통위원장 적격자가 아님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방송통신위원회법 제5조는 “위원장 및 위원은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임명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이 방통위원장 임명의 전제조건임을 인정하고, 또 자신에게 그런 전문성이 없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법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넘어갔다.
탄핵을 앞두고 물러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여당이 추천한 부위원장과 ‘2인 체제’로 방통위를 사유화하다시피 했다. 대통령 추천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정치적 쏠림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방통위법의 정신을 부정한 행태였다. 이에 대해 최근 법원이 “방통위법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2인 체제에서도) 불가피한 일은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통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한 지 겨우 다섯달 만에 방통위원장으로 ‘돌려막기’ 인사를 했다. 김 후보자는 “권익위원장을 빨리 그만두게 된 것에 대해선 아쉽게 생각하고 국민들께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내용으로나 절차로나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인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윤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검찰 선배’라는 김 후보자가 방통위를 독립적·중립적으로 운영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검찰 정권’에 유리한 언론 지형을 만들기 위해 방송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윤 대통령은 ‘믿을 건 검찰밖에 없다’는 건지, 검찰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까지 무리하게 ‘검찰 선후배’로 채우고 있다. 이제 대통령, 여당 대표,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방송통신위원장까지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 인사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