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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원, 언제까지 ‘잔꾀’만 부릴 텐가

등록 2014-02-21 18:58수정 2014-03-04 17:16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논란의 한복판에는 국정원이 있다. ‘유관기관’이니 ‘외교라인’이니 하는 말로 포장돼 있어 지켜보는 이의 정신을 어지럽게 할 뿐 사건의 실제 당사자가 국정원이란 것은 상식에 속한다. 외교부-검찰-국정원끼리 서로 책임을 미루는 추악한 핑퐁게임이 계속되고 있으나 공은 점차 국정원 쪽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21일 조백상 주선양 총영사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말한 내용도 결국 ‘국정원이 모든 것을 다 했고 외교부는 들러리만 섰을 뿐’이라는 얘기로 요약할 수 있다. 북-중 출입경 기록과 화룡시 공안당국의 답변 확인서 등 2건의 문서는 ‘유관기관’이 획득한 문서에 대해 국정원 직원으로 파견 근무 중인 이아무개 영사가 사실과 틀림없다고 확인한 ‘개인문서’라는 것이 조 총영사의 설명이다. 그는 심지어 “총영사는 내용의 진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지만 이 영사가 확실하다고 말해서 공증한 것”이라는 말도 했다.

조 총영사의 이런 증언으로 국정원에 쏠리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으나 그렇다고 외교부의 책임이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서는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매우 결정적인 자료다. 국민 한 사람의 인권, 아니 목숨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세금을 받는 외교부 고위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증거조작 의혹 사건의 조력자 구실을 충실히 해냈다.

사건의 당사자인 국정원은 요즘 입을 꼭 다문 채 한마디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자체 진상조사를 한다는 말도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궁지에서 벗어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잔꾀’를 짜내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보수언론들이 ‘공안당국’의 말을 빌려 이번 파문으로 대북 정보망이 무너지고 국익이 손상될 위기에 직면했다는 따위의 엉뚱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도 국정원의 방어논리를 대변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정원은 지금 ‘국익’이란 말을 입 밖에 낼 자격조차 없다. 국정원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다. 범죄행위의 내용도 추악하지만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자처하면서 어설프게 꼬리나 밟힌 것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고 정보망이 와해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궁색한 논리로 이번 사안을 어물쩍 넘길 수도 없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정보망’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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