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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찰, 국정원의 꼬리자르기 철저히 차단해야

등록 2014-03-06 18:51수정 2014-03-09 10:43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가정보원 ‘협조자’ 조선족 김아무개씨가 자살을 기도했다. 김씨는 위조된 문서를 국정원에 전달한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그의 자살 동기로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혼자서 통째로 문서의 내용과 도장을 조작한 데 따른 책임감을 느꼈을 경우다. 또 하나는 자신은 국정원의 지시를 따른 단순한 심부름꾼인데도 국정원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자 억울함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다.

현재로서는 후자의 개연성이 더 높아 보인다. 우선 김씨는 자살을 시도한 모텔 방의 벽에 자신의 피로 ‘국정원’이라는 글자를 남겼다. 국정원에 대한 원망 말고는 다른 해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또 국내에 거주하던 김씨에게 접근해 “변호인이 법원에 낸 문서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구해 달라”고 요청한 국정원 직원이 있었다. 필요하다면 중국 정부에 공식 요청하면 될 터인데, 민간인에 불과한 김씨에게 이런 요청을 했다면 그건 처음부터 문서를 위조하라고 지시한 거나 다름없다. 적어도 김씨가 문서를 위조한 사실을 알면서도 정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사 증명서까지 붙여 검찰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이 문서 위조의 주범이고, 김씨는 그저 단순 종범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훨씬 높다.

김씨는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태라고 한다. 증거위조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피와 부인으로 일관해온 국정원으로서는 옳다구나며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검찰 역시 수사 대상이다. 국정원이 위조한 문서임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검찰도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 혐의로 국정원의 공범이 된다. 검찰이 그런 치욕을 벗어나려면 국정원에 대한 수사 강도를 한층 높여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우선 누가 김씨를 중국으로 보냈고, 누가 김씨로부터 문서를 넘겨받아 이인철 영사에게 넘겼는지 밝혀야 한다. 이 인물을 찾아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강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으로 보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국정원이 증거조작에 훨씬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김씨는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검찰은 프라이버시를 내세워 이 유서에 담긴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하지만, 국가 중대사와 관련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검찰의 명예와 직접 관련된 문제다. 이번에도 진실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면 검찰은 ‘국정원의 하인’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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