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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정략적이고 위험한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변신

등록 2016-10-24 17:34수정 2016-10-24 18:52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내 개헌 추진을 공식화했다. 얼마 전까지 “개헌을 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개헌론에 쐐기를 박던 태도와 비교하면 놀랄 만한 변신이다. 박 대통령이 갑작스레 마음을 바꾼 배경이 궁금하다. 개헌론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의 개헌 추진 의도에 정략이 깔려 있으리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심을 걷어내지 않으면 그의 개헌론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가장 큰 이유로 ‘5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를 들었다. 그는 “우리 정치는 대선을 치른 다음날부터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 대립과 분열의 현 정치체제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리 있는 말이다. 특히 현 정권 들어 대통령제 폐해가 극에 달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된 건 맞다.

그렇게 된 데는 박 대통령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국회의 견제를 깡그리 무시하고 때론 여야 합의까지 파기해버린 그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우리 사회의 대립과 분열을 심화한 가장 큰 원인이다. 여론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제왕적 태도가 대통령제에 대한 극단적 불신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자기 잘못에 대해선 단 한마디 사과나 뉘우침 없이 마치 모든 게 제도의 문제인 양 호도하며 “개헌을 하자”고 하니, 그 동기의 순수함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최순실 게이트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개헌을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내년 대선까지 불과 1년2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개헌론’을 제기한 것도 의심스럽다.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중임제 개헌’을 제기하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대통령 눈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참 나쁜 대통령이다”라고 맹비난했던 이가 바로 박 대통령이다. 이 말은 지금 시점에도 딱 들어맞는다. 새누리당에 유력한 후보가 없어 내년 12월 대선 승리가 쉽지 않을 듯하자, 친박 세력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장기집권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많은 이들이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개헌 추진을 말하기 전에 과거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걸 우선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에만 초점을 맞춘 현행 헌법이 그동안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광범위하게 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은 옳다. 그런 점에서 개헌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학계, 일부 시민사회의 의견은 타당하다. 다만, 어떤 경우든 개헌 논의의 주체는 국민이 돼야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건 문제가 있다.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은 가당치도 않다. 청와대는 개헌 논의에서 아예 손을 떼야 한다.

청와대는 개헌 논의에서 손떼야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권력이 주도하는 개헌은 항상 장기집권 시도로 끝났지 국민의 이해와 바람을 수렴하진 못했다. 만약 이번에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면,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형식과 구조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 역시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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