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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자유한국당의 개헌안 발표, 개헌 집중 논의 계기로

등록 2018-04-03 17:57수정 2018-04-03 19:27

자유한국당이 3일 자체 개헌안을 내놓았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다. 국회 개헌 논의 테이블엔 대통령 개헌안과 제1야당 개헌안이 나란히 놓이게 됐다. 엇갈리는 내용이 많지만 절충이 불가능하지 않다. 논의를 서두르면 국회가 개헌을 주도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개헌안과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개헌안과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개헌안엔 긍정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감사원과 대법원,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남용 방지를 위해 중립적 사면심사위원회 심사와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와 국민 기본권 확대에도 동의했다. 세부적으론 차이가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토지공개념 조항’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현행 헌법을 유지하자고 한 건 유감스럽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자산소득 불평등 심화 등 토지 소유 집중에 따른 문제들을 모른 체 외면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선거연령 18살 명문화’에 동의하면서 ‘학령제 연계’란 단서를 달았는데, 이는 사실상 하지 말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초·중등 학령을 18살에서 17살로 조정하는 문제는 그 자체로 논란이 많은데다 몇년이 걸릴지 모를 장기 과제다.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을 삭제하자는 것도 국회가 개헌 발의권을 독점하려는 발상이다.

권력구조는 국회가 국무총리를 선출하는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 책임총리제’를 제시했다. 총리가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을 제청할 수 있도록 해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제안한 총리 추천제라면 절충 여지가 있지만 선출제를 고수한다면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선거제도를 개편해 비례성을 확대하는 방안은 대통령 개헌안과 궤를 같이한다. 선거제도 개편을 전제로 총리 선임 문제를 지혜롭게 절충하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본다.

개헌 일정은 ‘6월 발의, 9월 국민투표’ 안을 내놓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6월에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걸 조금 당기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치르는 게 어렵다면 시기는 뒤로 늦출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개헌 내용에 대한 완벽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이번 개헌은 자유한국당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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