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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세훈 사건’ 대법관까지 ‘재판 거래’에 동원했나

등록 2018-07-19 05:00수정 2018-07-19 09:07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당시 대법원 관계자들은 그 가능성조차 극구 부인해왔다. 그러나 그 시절 만들어진 문건 내용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거래의 개연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법원이 여전히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나 검찰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양승태 대법원’은 2015년 당시 원세훈 사건의 주심인 민일영 대법관까지 상고법원 추진 로비에 동원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해 3월에서 6월 사이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문건을 여러 차례 만들었는데, 여기에 담긴 내용이다. 검찰 출신으로 상고법원에 비판적이던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그의 이종사촌 매형인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정 판사의 동서인 민 대법관을 이른바 ‘키맨’으로 지정해 “친분관계를 활용”하려 했다고 한다. 실제 집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런 계획을 여러 차례 세웠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원세훈 사건은 1심부터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많았다. 2심에서 선거법 유죄 선고 뒤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법원에 ‘신속하게 전원합의체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문건에서 드러났고, 실제 그대로 실행됐다. 재판에 개입해선 안 되는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만든 쟁점보고서가 임종헌 기조실장을 통해 재판 담당 연구관에게 넘겨졌다. 그 사건의 주심 대법관을 이른바 태극기부대 성향 국회의원의 로비에 동원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 직후인 7월 행정처 쟁점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인용한 판결이 전원합의체에서 내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판 거래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만 할 것인가.

더구나 배당 과정에서 이 사건은 ‘선거법 사건’으로 분류됐어야 함에도 ‘일반 구속사건’으로 분류된 끝에 민 대법관에게 맡겨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보고서에서 “배당·주심 조작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으나 2014년 2월 예규가 바뀐 사실조차 간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모로 석연찮은 일들의 연속이다.

검찰이 17일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컴퓨터 복구작업에 들어갔으나 대법원은 다른 자료들은 내놓지 않고 있다. 스스로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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