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사법농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2019년 2월 구속기소되며 시작된 재판은 4년 7개월간 277차례나 열렸고, 그때마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올해 12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는 15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상고법원 설치 등)사법부의 조직적 이해관계를 재판(결과)에 고려한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며 “재판독립을 파괴하고 특정 판결을 요구해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철저히 무시됐다.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최고사법행정권자인 피고인들이 사법정책 추진의 필요성 때문에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의 재판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사법부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험한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라며 “검찰이 수사라는 명분으로 그 첨병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원래 (범죄) 이슈와는 관련도 없이 법원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며 “이것은 수사가 아니다. 특정인물을 표적으로 무엇이든 옭아넣을 거리를 찾아내기 위한 먼지떨이식 행태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들은 최후 진술에서 무죄를 다시 한번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대법원장은 고위법관에 대한 사법행정 등 극히 일부 권한외에는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실국장 등에게 위임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각종 사법행정 처리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결재가 존재하지 않는 점 △주체적인 지시를 한 사례가 없는 점 △법원행정처에서 검토된 바 없었던 새로운 정책이나 업무추진을 지시한 사례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고 전 대법관 쪽 고일광 변호사는 “직권남용 미수에 그치면 처벌받지 않는다. 공소사실 중 대부분의 직권남용 혐의는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 게 없다”며 “(헌법재판소 동향 파악 관련 혐의는) 헌재의 기능에 지장을 줄 만한 행위로 나아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 동안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불법 남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9년 2월 구속기소됐다. 일제 전범기업 강제노역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을 ‘박근혜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전범기업 쪽의 편의를 봐줬다는 등의 ‘재판거래’ 의혹, ‘법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인사 개입’ 의혹 등이 대표 사례다.
함께 기소된 박·고 전 대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연이어 지내며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개입’·‘인사개입’ 등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오는 12월 22일 선고 공판이 열린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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