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5월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핵심 피고인들에게도 모두 실형이 구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는 15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구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 동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로 2019년 2월11일 구속기소됐다.
박 전 대법관은 재판개입과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수집,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33개 혐의로, 고 전 대법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영장재판 개입, 판사 비위 은폐 등 18개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이 사건은 최고사법행정권자인 피고인들이 사법정책 추진의 필요성 때문에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의 재판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피고인들이 도리어 이 법정에서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자신들의 죄없음을 주장하는 이 역설적 상황 정당하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를 향해 “법관들의 자성과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주시고 재판을 통해 법관에 의한 법 파괴가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었음이 분명히 입증되길 앙망한다”며 “헌법 제103조에서 보장하는 법관의 재판 독립은 피고인들이 면죄부로 내세운 방탄막이 아니라 헌법과 사법부 신뢰에 가장 기초되는 개념이라는 게 이 사건 판결로 확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재판에선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 쪽의 최후변론과 최후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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