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사법농단 사건 특별재판부 구성과 판사 탄핵 추진 의사를 밝혔다.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사법농단의 진실이 은폐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잖은 상황에서 입법으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실제로 입법이나 탄핵소추가 이뤄질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 논란도 있다. 그러나 오죽하면 그런 시도까지 나오겠는가. 대법원은 여전히 자료 제출에 미온적이고 판사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온 태도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 사건의 열쇠를 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마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진실 찾기와 몸통 확인 작업은 실종 위기에 놓였다. 이미 추락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특별재판부와 판사 탄핵이 추진되는 상황 자체가 사법부의 자업자득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관들의 맹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서울중앙지법의 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부 일곱곳 가운데 다섯곳의 재판장이 사법농단 조사 대상이거나 피해자”라며 “재판 결과의 공정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농단과 관련없는 법관들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한변협과 판사회의, 시민사회가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3명의 특별재판부 판사를 임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특별법 자체가 사법권 침해라는 주장도 있으나, 법안의 성사 여부는 결국 법리보다 국민 여론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수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으로 이어져 관련자들이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황당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로 이미 신뢰를 잃은 판사들이 재판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관 사회는 지금까지 실무진들에게 사법농단의 모든 책임을 돌려온 대법원의 대응을 ‘법과 양심’의 미명 아래 사실상 수수방관해왔다. 그러나 법원이 조직 논리에 빠져 끝까지 진실을 덮으려 한다면, 특별재판부보다 더한 비상조처를 스스로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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