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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법관 첫 영장…개혁 갈림길에 선 ‘김명수호’

등록 2018-12-03 17:49수정 2018-12-03 19:14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뒷북 의견수렴, 사법행정 후퇴 우려
‘지록위마’ 비판 판사는 재임용 위기
검찰이 3일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장 출신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법관 출신 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사법사상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대법원 청사에선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원 토론회’도 있었다. 사법부 전체가 사법농단을 단죄하고 제도개혁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중대한 고빗길에 섰음을 상징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여러모로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전국 법원에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법정 안팎에서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원행정처 개편에 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달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5일부터 전국 판사들의 견해를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7일엔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어 역시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한다.

사법행정 당사자인 법관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물론 필요한 절차다. 그러나 너무 늦었을 뿐 아니라 순서와 절차가 잘못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3월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사법개혁을 하겠다며 이름도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라 지은 자문기구를 꾸렸다. 10월엔 사법발전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후속추진단까지 만들었고 여기서 법안 초안까지 대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김 대법원장은 그사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법안까지 나온 시점에 뒷북 여론수렴에 나섰으니 “내부 반발 때문에 법안을 후퇴시키려는 수순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 등 이미 기소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에게 적용된 혐의 이외에 징용 사건 피고 대리 법률사무소와의 비밀 접촉 등 여러 건의 다른 혐의도 받고 있다고 한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문건에 서명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한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 사건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고 판사 사찰을 지시하는 등 사법농단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혐의다. 그래 놓고 ‘대법관 일동’ 명의로 두차례나 재판거래 부인 성명을 내도록 했으니 다른 대법관들을 들러리로 만든 수준을 넘어 대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려놓은 꼴이 됐다. 이미 김명수 대법원이 특별조사단 때부터 사실상 ‘임종헌 선에서 꼬리자르기’ 태도를 보여온 탓에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공정하게 심리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지록위마 판결’ 비판 등으로 잘 알려진 김아무개 부장판사가 재임용 심사에서 1차 탈락했다는 사실은 코미디에 가깝다. 과거의 보복적인 근무평정 탓이라지만 ‘김명수 대법원’의 엉거주춤한 단죄·개혁을 상징하는 사례 같아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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