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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직 대법원장 첫 검찰 소환, 이젠 ‘몸통’ 책임 밝힐 때

등록 2019-01-04 17:31수정 2019-01-04 19:13

검찰이 사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돼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11일 소환한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란 점에서 당사자뿐 아니라 사법부로서도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사법부 구성원 전체가 다시 한번 성찰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100여차례 이름을 올리며 주요 혐의에 공범으로 등장했다. 재판 거래와 법관 사찰 등 사법농단이 그가 추진한 상고법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법원 안팎에선 그를 ‘몸통’으로 꼽아왔다. 법원행정처 문건과 관련자 진술로 드러난 사실도 대체로 이에 부합한다.

그는 일제 강제노역 사건 상고심이 진행 중일 때 일본 전범기업 쪽 변호사와 만나 소부에 있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보내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두 명의 법원행정처장이 줄줄이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사건을 논의한 것도 대법원장인 그의 재가 아래 이뤄졌을 것이다. 그 대가로 재외공관 파견 법관 자리를 확보했고 이 과정에도 양 전 원장이 직접 뛰어들었다고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은 청와대 민정수석 주문대로 ‘신속하게 전원합의체’로 넘겨져 파기됐다.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가 작성한 쟁점보고서가 재판에 관여하는 연구관에게 넘겨져 판결문에 대폭 반영됐다. 재판장인 대법원장이 그 과정을 몰랐을 리 없다.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대통령 국정운영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고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청와대와 물밑 조율’한 사실까지 드러나 있다. 상고법원 추진에 청와대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자 그동안의 ‘조율’을 재검토하는 방안까지 담겨 있다. 이런데도 재판거래가 아니라고 발뺌할 것인가.

상고법원 등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을 결재해 실행하게 하는 등 법관 사찰을 지시한 것도 그였다.

사법농단은 그의 ‘상고법원’ 욕심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임종헌 전 차장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는 ‘꼬리자르기’가 진행 중이다. 사실과도 거리가 멀고 정의롭지도 않다. 그의 말대로 사법부를 사랑한다면 진실을 밝히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검찰에 나오기 바란다. 썩은 살을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함으로써 법원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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