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입법 로비를 위해 여야 국회의원의 재판 민원을 접수해 해결에 나선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유동수(민주) 홍일표(자유한국) 의원에 이어 이번엔 서영교(민주) 의원 등 전·현직 여야 의원 4명이 법원에 청탁한 사실을 확인하고 15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청와대뿐 아니라 국회의원들과도 ‘재판 거래’를 시도했음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국회의원과 법관 사이에 벌어진 사상 최악의 조직적인 판결 뒷거래로 기록될 만하다. 재판의 독립과 입법권을 뒤흔들고 민주주의 기초인 헌법상의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관여 여부 등 전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검찰 수사 결과 서영교 의원은 2015년 5월 국회에 파견 나온 김아무개 부장판사를 국회 의원회관으로 불러 지인 아들의 강제추행 미수 사건 선처를 부탁했다고 한다. 서 의원은 “죄명을 바꿔달라거나 형량을 깎아달라고 한 적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피고인이 다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걸 보면 판결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부장판사가 임종헌 당시 차장에게 보고하고 다시 법원장과 담당판사에게까지 선처 요구가 전달됐다니, 재판 개입이 분명해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총력전을 펴던 무렵이었다. 입법에 도움을 받기 위한 ‘재판 거래’가 아니라면 법원이 재판 개입이라는 무리수를 둬가며 직접 나설 이유가 없다. 입법을 밀어붙이던 양승태 대법원장이 몰랐을 리 만무하다. 비슷한 시기 보좌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청탁한 전병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나 이듬해 자신의 정치자금법 사건을 부탁한 새누리당의 이군현·노철래 의원 사건의 경우도 법원-의원 사이 ‘거래’ 동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검찰은 의원들 행위가 형사처벌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별도 기소는 하지 않았으나 유권자의 심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상고법원이 중요해도 재판을 놓고 거래한 판사들의 행태 역시 법률가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물론 공인으로서의 자격조차 의심스럽다. 이와 함께 국회에 판검사를 연락관 또는 전문위원으로 파견하는 제도가 필요한지도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