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드루킹과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활동을 ‘승인’한 선고공판이 이뤄지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31일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된 것을 두고, ‘사법농단 적폐세력의 조직적 반격’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얘기까지 나온다. 판결을 두고 논란을 벌일 수는 있지만, 시민단체도 아닌 집권여당이 재판을 담당한 판사를 탄핵하겠다고 벼르는 건 지나치다.
민주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2년간 근무한 성창호 부장판사가 법원 안에 똬리 튼 ‘사법농단 세력’과 손잡고 김 지사에게 보복 판결을 했다고 주장한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자칫하다간 국민 여론으로 만든 (박근혜) 탄핵과 대선 결과를 부정당할 수 있다”며 “단호히 맞설 것”이라 말했다.
이번 판결이 특검 주장을 사실상 100% 수용한데다, 양 전 대법원장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에 선고기일을 늦춘 점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담당 판사를 탄핵하겠다고 하는 건, 삼권분립 훼손이고 사법부에 대한 공개적 압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법관 탄핵을 발의할 수 있는 의석(100석 이상)을 가진 정당이다. 그런 힘을 가진 만큼 법관 탄핵은 다수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명분과 정당성을 갖고서 추진해야 한다. 사법농단 판사의 탄핵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김경수 지사 유죄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탄핵을 추진한다면 그 정당성마저 훼손될 수 있다.
사법농단을 바로잡고 ‘적폐 판사’를 청산하는 건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좀더 냉정해져야 한다. 앞으로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그 대상은 사법농단에 가담한 구체적 내용에 바탕을 두고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여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보수세력 공세에 명분을 주고,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한 특정 판사를 쫓아내려 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은 ‘동정론’으로 감싸서 사법적폐 청산 동력을 떨어뜨린 바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욱 엄정하고 치밀하게 사법개혁을 추진하길 바란다.
자유한국당도 이번 판결을 도 넘은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 여상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특검을 거론했는데, 대선에 불복하겠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자유한국당은 사법농단을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