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과거사위가 8일 이른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인권침해·증거조작을 방치했을 뿐 아니라 보복성 기소까지 했다며 검찰총장 사과를 권고했다. 애초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 인사들이 형사처벌된 데 비해 검사들은 징계를 받았을 뿐 기소되지는 않았다. 과거사위가 뒤늦게나마 수사의 문제점을 파헤친 것은 의미가 있겠으나, 증거조작 방치에 보복성 기소까지 했다면 과연 총장 사과 정도로 끝날 사안인지 의문이다.
과거사위 발표에 따르면 유씨의 동생 가려씨에 대해 국정원의 가혹행위가 있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정원 수사관들이 리허설까지 하며 위증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진실 반응이 나왔는데도 법정에선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거짓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는 검찰 역시 가려씨가 참고인인 것처럼 꾸며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불법구금에 동조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유씨가 중국에서 북한을 오갔다는 국경 출입기록이 허위라는 것을 검찰이 알았을 가능성이 큰데도 국정원의 간첩 조작 행위에 제동을 걸기는커녕 이를 방조했다는 점이다. 당시 3개의 서로 다른 국경 출입기록이 존재하는 사실을 알았다면 검사로서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는 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조작 사건 이후 보인 태도를 보면 ‘공익의 대변자’나 ‘정의의 수호자’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수사·공소유지 검사는 겉핥기 수사로 봐줘놓고, 조작 피해자인 유씨에 대해선 위무·사과는커녕 보복수사에 나섰다. 4년 전 기소유예 처분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다시 꺼내 기소한 데 대해 과거사위는 ‘보복성 기소’라고 했지만, 보복에 나선 칼잡이나 뒷골목 모리배와 뭐가 다른가.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 인사들을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 대신 형량이 훨씬 가벼운 형법상 모해증거위조죄를 적용한 것도 사실상 ‘공범’ 의식의 발로로 보인다.
최근 공안부 명칭 변경 과정에서 보여준 공안검사들의 구태를 보면, 유우성 사건이나 국정원 파견검사들의 댓글수사 방해 사건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공안검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놓고 ‘사법적 통제’를 내세우려면 그에 앞서 검찰 스스로 좀더 치열한 과거사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유우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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