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전·현직 고위법관 10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하고 66명(기소자 중 현직 8명 포함)은 비위 사실을 법원에 통보했다. 이미 기소된 4명을 포함하면 전·현직 판사만 72명에 이른다.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으나 초유의 ‘사법 유린’ 사태에 걸맞은 단죄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기소한 10명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개입과 법관 탄압 지시를 충실히 따른 사람들이다. 청와대 관심 사안 가운데 대통령 측근(박채윤) 관련 특허소송은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까지 보고서에 담아(유해용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청와대에 전달했고,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에 개입해 판결문 내용까지 일일이 간섭(임성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신광렬 형사수석부장 지시를 받은 조의연·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운호 게이트’가 법관 비리 사건으로 비화하자 검찰 수사기록 중 관련 부분을 직접 복사해 보고하는가 하면, 행정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법관 가족의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비위 통보된 66명 가운데는 강제징용 소송 재판거래 등에 연루된 권순일 대법관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징계가 진행될 텐데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게 온당한지 권 대법관과 대법원은 깊이 숙고하기 바란다. 다른 판사들도 법과 양심에 따라야 할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점은 기소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정직 이상 징계는 불가능하다. 이들이 하는 재판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최소한 재판 배제라도 해야 한다.
사법부 스스로 단죄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가 나서 탄핵소추로 일벌백계의 교훈을 남겨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최종적인 탄핵 여부는 정치 공방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법률적 판단에 따르면 되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 의원들 사건의 재판 청탁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일이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이 <법률신문> 기사 대필 혐의는 기소하면서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대법원과 유착 의혹이 짙은 <조선일보> 칼럼 대필 혐의엔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케 만들고 사법농단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향후 마무리 과정에서라도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