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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법농단’ 재판, 이대로 괜찮은가

등록 2019-06-06 17:48수정 2019-06-06 19:09

사법농단 사건 재판의 법정 공방이 뜨겁다. 전직 대법원장 등 최고 수준의 법전문가들이 피고인석에 앉은 탓이다. 검찰 수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더니 변호인 집단사임에 이어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겠으나 재판이 지체되는 등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법농단’에 이어 ‘재판농단’이란 비판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지난 1월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은 공판준비 절차만 4개월을 끌었다.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해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공판에 처음 나와선 “80명이 넘는 검사가 300페이지 넘는 공소장을 창작했다. …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 한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수사’ ‘헌법 위배’라는 주장도 폈다. 보석심문 절차 때부터 ‘조물주처럼 공소장을 만들어냈다’는 등 격렬하게 반발하던 태도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와 변호인은 공소장일본주의를 주장해 결국 검찰이 공소장을 손보게 만드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법관 생활 42년에 이런 공소장은 처음 본다’는 등 여러 주장들은 그의 과거 행적에 비춰보면 듣기에 거북하다. 숱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 주장에 그는 ‘범죄 동기나 경위 … 범행의 배경이 되는 정황 등은 형사책임 유무와 범위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요소’라며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유죄판결한 여러 간첩조작 사건은 재심에서 고문 피해 등을 이유로 줄줄이 무죄를 받았다. ‘정부 협조 판결’에 오른 사건의 당사자들은 사법부의 배신으로 다시 한번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구금된 상황이긴 하지만 자신의 과거 행적도 한번쯤 돌아보길 권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은 지연 전략이 의심스럽다. 변호인 집단사임으로 재판을 멈추더니 이번엔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당분간 재판이 어렵다. 양 전 대법원장도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임 전 차장 역시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서 90여명의 증인 소환이 불가피하다. 이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신문이 진행돼 구속기간 연장에도 일정이 빠듯하다. 사법농단 재판이라도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재판부와 피고인, 검찰 모두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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