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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사고 평가 마무리, 이제 ‘공교육 개혁’ 속도내야

등록 2019-07-09 18:10수정 2019-07-09 21:37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관내 자립형사립고(자사고) 13개교에 대한 운영평가 결과와 자사고 지정 취소 학교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관내 자립형사립고(자사고) 13개교에 대한 운영평가 결과와 자사고 지정 취소 학교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시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의 9일 발표로 올해 24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마무리됐다. 특히 가장 많은 광역단위 자사고가 있는 서울에서 13곳 중 8곳이 탈락한 것은 나름 엄격한 잣대로 평가한 결과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사고 옹호론자나 폐지론자 모두 결과를 비판하는 데서 보듯, 상산고 탈락이 촉발한 논란은 당분간 격화할 수밖에 없다. 개별 학교에 대한 낙인찍기나 기계적인 수월성과 평등성의 대립 같은 ‘소모적 논쟁’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 교육당국의 확고한 공교육 살리기 의지와 방향 제시가 절실하다.

이날 발표된 경희고·배재고·세화고·이대부고 등 8개 고교를 포함해 기준점수에 미달한 학교는 전체 42개 자사고 가운데 올해 11곳에 달한다. 청문 절차를 거친 뒤 교육부가 지정취소 처분에 동의하면 이 학교들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내년에는 다른 자사고들과 외고·국제고 등의 평가가 남아 있다. 유은혜 부총리가 “일관되게 전환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교육부가 교육청의 처분을 무력화시킨 5년 전과 같은 상황은 반복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한곳이라도 탈락하면 강력대응하겠다”며 반발을 예고했는데, 문제가 있다면 청문 절차에서 소명할 일이지 집단 반발할 일은 아니다. 자사고에 주어진 자율성은 ‘다양한 교육’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 구성원들이 실제 ‘교육 중점’으로 ‘학업 성취도 제고’를 가장 많이 꼽았다는 조사에서 보듯, 이명박 정권 이후 대폭 확대된 자사고가 국·영·수 위주의 선행학습과 입시교육으로 치달아온 것은 자명하다. 서울시교육청 또한 탈락 학교들이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비교적 감점이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10여년에 걸친 자사고 논쟁을 한 단계 넘어설 때가 됐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서 초·중·고 학부모들 54.3%가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한 것은 일반고에 만족해서가 결코 아니다. 아이들이 좀더 차별 없고 개성껏 살아가는 사회를 바라지 않는 이는 드물고, 지금과 같은 과도한 점수 경쟁에서 창의성·혁신성이 나올 수 없다는 점 또한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각자도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욕망 탓도 있겠지만, 다른 길을 보여주지 못하는 교육의 탓이 가장 크다.

고교학점제나 학교 안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공교육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사고 폐지=수월성 포기=고교 하향평준화’라는 프레임이 반복되는 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자사고의 근거가 된 시행령 개정엔 부정적인데, 개별 학교에 대한 찬반 여부만 가열시키는 단계적 전환으로 ‘고교체제 개편’이라는 원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또한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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